남한에서의 혁명운동이 끝났다는 선언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윤한봉이 직접적으로 사회주의혁명을 주장하거나 즉각적인 민중혁명을 호소한 적은 없으나 지난 10년 간 이뤄진 강연의 밑바탕에는 러시아혁명이나 중국혁명, 나아가 북한 김일성의 반제국주의 노선에 대한 호의적인 해석이 깔려있었다. 그런데 이제 동구가 붕괴함으로서 세계혁명은 끝났고, 남한도 민주화됨으로서 남한에서의 혁명도 끝났다는 선언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했다. 윤한봉은 국내외 상황변화에 따라 한청련과 한겨레도 지금까지 북한 방문 중심의 민족통일운동에서 벗어나 미국 내 동포사회의 권익신장 및 옹호운동에 더욱 힘을 쏟으라고 역설했다. 통일운동은 남한을 대상으로 한 군비축소운동으로 축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운동을 그만 두자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이 대회에서 정세분석을 하면서 회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이제 혁명의 시대는 갔어요. 여러분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과 생활을 통일시켜 나가야 해요. 모든 회원이 생활 속의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살아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