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윤한봉 선생님을 만날 수 있던 값진 경험> 윤지선(이제 막 대학을 떠난 새내기 사회인) 지금까지 만나온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합수 윤한봉 선생 12주기 추모식 및 역사 기행을 하며 만난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을 낮추고자 했다. 이는 청년인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이번 기행에서 만난 대부분의 어른들은 공통의 가치 체계를 공유하는 듯했다. 탈 권위, 개방, 절제와 헌신. 그것은 바로 합수 윤한봉 선생님의 정신이었다. 나는 살아생전 한 번도 윤한봉 선생님을 뵌 적도 없고 심지어 불과 몇 년 전까지 그의 존재자체도 모르고 지냈다. 내게 윤한봉 선생님은 책 속에서 만난 민족적 영웅이었다. 그의 삶의 과정은 내게는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하나의 신화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12주기 기행에서 만난 어른들을 보며 윤한봉 선생님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이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한 없이 스스로를 낮추며 민망한 듯 웃으시던 분의 입가에서, 역사 왜곡과 은폐가 난무하는 현실을 통탄하며 소리치시던 분의 눈빛에서, 합수 선생님을 기리며 노래를 부르던 분의 목소리에서, 함께 나눠먹고자 그 많은 양의 음식을 해 오신 분의 손에서, 젊은이에게 이불을 양보하고는 차디찬 바닥에서 주무시던 분의 발에서, 나는 윤한봉 선생님의 정신을 보았다. 더 이상 내게 윤한봉 선생님의 정신과 삶의 방식은 비현실적인 무언가가 아니었다. 합수 선생님은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따르고자하는 후배들의 마음속에서 순박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살아 숨 쉬고 계셨다. 이번 합수 윤한봉 선생 12주기 추모식 및 기행을 통해 천 오백년 고도 나주의 역사를 둘러보기도 하고, 맛있는 전라도의 음식을 즐기기도 하고, 흥이 넘치는 공연을 보며 신나기도 하였지만 그 무엇보다 좋았던 경험은, 합수 윤한봉 선생님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난 그 순간순간이다. 윤한봉 선생님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본 사업회의 행사가 꾸준히 지속되어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 석자를 알게 되고 그를 기리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2019년 5월 26일 |